삼성전자가 여섯번째 갤럭시S를 발표했다. 신종균 대표는 거침없는 혁신(relentless innovation)을 언급했다. 발표 중 수차례 리뉴(renew)와 올 뉴(all new)가 튀어나왔고, 넥스트 갤럭시(next galaxy)는 행사의 주제였다. 발표 전부터 새로운 갤럭시S에 대한 삼성의 자세는 이전과 달랐다. 갤럭시S6에서 지켜봐야 할 부분들을 꼽았다.

SAMSUNG CSC

디자인의 변화

발표는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는 이영희 전략마케팅팀 부사장이 무대를 열고 나와 “모든 것을 바꿨다”며 신종균 대표를 소개하는 데에서 시작했다. 시작부터 삼성은 갤럭시S6의 디자인에 큰 자신감을 내비치는 인상이었다.

이번 신제품을 준비하는 삼성전자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디자인이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3 이후 한동안 디자인을 통해 ‘최신폰’의 이미지를 갖는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 절정은 ‘밴드’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이 붙은 갤럭시S5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갤럭시S6는 디자인 변화라는 점에서는 성공했다. 디자인은 쉽게 이야기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해 스마트폰 업계를 되돌아보면 그 브랜드의 색깔을 잃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제품을 떠올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Galaxy S6_Combination_Gold Platinum

갤럭시S6는 벌써부터 아이폰6의 디자인 언어와 겹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갤럭시S6는 곡선을 많이 썼고, 그 중 일부 곡선이 주는 느낌이 기존 인상 때문인지 아이폰을 찾게 한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아이폰6의 디자인을 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반적으로 갤럭시의 분위기를 갖고 있으면서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데에 성공했다. 신종균 대표가 강조한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잘 살아 있다. 제품이 처음 소개되면서 스쳐 지나갈 때 ‘잘 만들었다’는 인상이 든다. 이 제품은 갤럭시S3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입었다.

특히 소재가 바뀐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갤럭시S6의 초기 소문은 옆면부터 뒷면까지 모두 금속으로 덮은 일체형 유니바디 디자인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실제로는 테두리만 금속이다. 실제 제품을 쥐어봐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A 시리즈를 보면 기존 디자인에 금속 테두리만으로도 느낌이 사뭇 다르다. 여기에 뒷판을 플라스틱 대신 강화유리로 덮었다. 아이폰4, 엑스페리아Z 시리즈가 금속 테두리에 강화유리 뒷면을 썼다. 강화유리가 깨질 수 있는 위험 부담은 있지만 고급스럽고 따로 케이스를 씌우지 않아도 제품이 잘 긁히지 않는 디자인이다.

배터리 기술에 자신

삼성전자로서는 처음으로 배터리를 분리하지 못하는 디자인을 꺼내 놓았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배터리를 바꿔가면서 쓸 수 있다는 것을 큰 강점으로 가져왔고, 상대적으로 배터리를 분리하지 못하는 디자인에 대해 좋지 않다는 분위기를 깔아 왔다. 또한 교체형 배터리는 아이폰과 가장 대비되는 차별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동안 배터리 교체의 간편함은 디자인과 직결되는 문제로 꼽혔다. 디자인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던 삼성전자로서는 배터리 교체와 디자인을 바꾸어야 한다는 데에 큰 고민이 없었을 것이다. 한 입으로 두 말한 셈이지만 시장의 변수는 무엇이든 단언할 수 없다.

삼성이 배터리 교체를 버린 데에는 배터리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갤럭시S6의 배터리 이용 시간은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특별히 길지는 않다. 대신 삼성전자는 충전 기술로 부족한 부분을 메운다. 갤럭시S6는 10분 충전으로 4시간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이 4시간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충전속도에 개선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Galaxy S6 Edge_Combination2_Green Emerald

사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 노트4부터 배터리를 한 개씩만 제공했다. 갈아 끼울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배터리를 두 개씩 끼워주진 않았다. 일부 불만이 있긴 했지만 대체로 배터리 한 개만으로도 하루를 쓰는 데 그리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큰 불만은 없었는 것을 확인했다. 심리적인 거부감은 있겠지만 배터리를 굳이 갈아 끼우지 않아도 된다는 답과 합의는 얻은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무선 충전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하반기에 나온 제품들부터 옵션으로 무선 충전 기술을 품었다. 무선 충전은 당시부터 관심거리는 됐지만 의외로 대중화되진 않았다. 삼성전자는 배터리를 일체형으로 합치면서 무선 충전을 다시 전면에 꺼냈다. 그리고 이케아와 손을 잡았다. 이케아의 가구들에 무선 충전 시스템을 두는 것이다. 배터리를 갈아끼우지 못하는 대신 어디서든 쉽게 충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삼성전자가 기술의 한계를 제휴와 라이프스타일로 풀어내는 시도를 했다는 점은 큰 변화다. 가구업체들과 비슷한 제휴가 자리를 잡는다면 충전과 배터리에 대한 문제는 사라진다.

반도체로 추월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디자인만으로 제품을 팔아 치울 수 있는 회사는 아니다. 갤럭시S5가 시장에서 반짝이지 않았던 이유는 삼성전자의 가장 빠른 스마트폰 이미지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는 그야 말로 ‘천운’을 얻었다.

갤럭시S6는 예상대로 14nm 공정으로 만든 엑시노스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주력 제품은 ‘엑시노스7420’이다. 이 칩은 기존 ‘엑시노스7410’의 20nm 공정을 3차원 반도체 설계를 통해 14nm로 끌어내렸다. 미세공정의 효과로 성능은 20% 높이고 소비전략은 35%가량 낮아졌다고 밝혔던 바 있다. 배터리의 자신감도 이 칩에서 나온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퀄컴의 스냅드래곤800 시리즈가 독보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갤럭시S5에는 스냅드래곤805가 쓰였다. 이 칩은 기본 ARM 아키텍처는 낡았지만 퀄컴의 크레잇 설계를 통해 작동속도를 끌어올리면서 성능을 높이기에 독보적인 성능을 냈다. 게다가 퀄컴의 모뎀 기술은 누구와도 경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퀄컴 프로세서는 이제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쓰는 ‘표준’처럼 됐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나온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모두 스냅드래곤805칩을 달고 나왔다. 그 안에서 차별점을 보여주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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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퀄컴은 ARM v7 기반의 크레잇코어 대신 ARM v8 기술에 처음 발을 들였다. 하지만 첫 제품인 스냅드래곤 810은 지금 상황이 썩 좋지 않다. 발열이 심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깔렸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14nm 공정으로 프로세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늘 약점으로 꼽히던 모뎀도 광대역 주파수 3개를 묶는 카테고리9를 선점하면서 한동안 이동통신사들의 LTE망 구축에 여유를 둘 수 있다. 신종균 대표도 이 점을 강조하면서 통신사들에게 “우리 소비자들은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단말기 걱정하지 말고 망을 깔라”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도 64비트를 쓸 수 있게 됐다.

엑시노스7 프로세서가 시장에서 독보적으로 돋보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프로세서가 앞서가면 자연스럽게 이 프로세서를 쓴 제품들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올해 초에 나올 경쟁 제품들은 대부분 스냅드래곤810을 달고 나온다. 이 제품들은 최근 LG전자의 G플렉스처럼 스냅드래곤810 프로세서의 안정성에 대해 설명부터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아주 오랜만에 하드웨어적 우위를 갖게 됐다. 이게 삼성의 본래 강점이었나 싶다. 반면 화면 크기와 해상도가 멈춘 것에 대해 관심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갤럭시노트4가 5.7인치에 안착했듯 삼성전자는 5.1인치, QHD 해상도는 일반 스마트폰에서 최적의 화면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만능 모바일 결제 ‘삼성페이’

하지만 삼성전자가 애플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조롱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바로 모바일 결제 ‘삼성페이’ 때문이다. 서비스 자체는 좋다. 모바일 결제는 지금 꼭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삼성페이는 기술적으로 NFC와 마그네틱 보안전송, 바코드 등 여러 가지 결제 방법을 갖고 있다. 특히 마그네틱 보안전송은 얼마 전 삼성전자가 인수를 발표한 루프페이의 핵심 기술이다. 카드리더기를 통해 신용카드 정보를 읽어 스마트폰에 저장했다가 이용자가 신용카드를 쓸 때는 다시 이 자기장을 발생시켜 신용카드의 마그네틱 정보 그대로 리더기로 내보내는 것이다. 새로운 결제기가 없어도 스마트폰을 기존 카드결제기에 대면 마치 NFC로 찍는 것처럼 결제가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마스터와 비자카드와 손잡고 삼성페이 서비스를 시작한다. 하지만 사실 삼성페이에서 카드사 제휴는 그렇게 큰 부분이 아니다. 별도의 장비 없이 당장 어떤 가맹점에서도 쓸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지극히 삼성다운 접근이다. 애플은 애플페이를 모든 금융권을 끌어안고, 유통업계, 프랜차이즈 등을 끌어안으면서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보급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로 현실적인 답을 찾는다. 루프페이 기술을 통해 새 장비 도입에 대한 걸림돌 없이 스마트폰 단말기를 현재 결제 시스템에 맞춘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과거 NFC를 통한 결제에 대해 많은 시도를 해 왔지만 결제기를 비롯한 기존 시스템이 걸림돌이 되면서 번번히 결제 시장에서 실패했다. 현실적인 결제 기술을 찾아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그 시기나 이름은 애플페이를 건너뛰기 어렵다. 애플이 지난 9월 아이폰6와 함께 애플페이를 발표한 직후 주변에서 “삼성이 이제 새로운 할 거리를 찾았다”, “이름은 삼성페이일 것”이라는 농담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게 현실로 일어났다.

갤럭시S6는 구원투수가 될까

갤럭시S6는 갤럭시S3와 갤럭시 노트2 이후 가장 크게 바뀐 기기다. 시기도 잘 맞아떨어졌고 초기 반응도 괜찮다. 출시 시기도 4월초로 발표와 출시 사이의 간극도 줄었다. 디자인, 설계, 성능, 양산까지 모든 부분이 준비가 된 제품이다. 자연스레 삼성전자의 회복을 언급하게 된다.

하지만 시장은 이전과 꽤나 달라졌다. ‘성숙’이라는 말로 표현되지만 이미 고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살 사람들은 다 샀고, 2~3년 된 스마트폰이 아직 느리지 않기 때문에 교체 수요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소다. 가장 빠른 스마트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게 가장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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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해 실적이 떨어진 이유는 갤럭시S5의 흥행 실패도 있지만 안드로이드폰 자체의 상향 평준화가 더 직접적인 요소였다. 특히 저가 시장의 평준화는 중국과 인도의 시장 뿐 아니라 제조사들까지 자극하고 나섰다. 구글도 현지 기업들의 스마트폰 개발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물론 플래그십 제품이 유명세를 타고, 갖고 싶은 단말기로 떠오르면 하위 제품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그 효과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갤럭시의 강점이자 근본적인 한계는 안드로이드폰이라는 점에 있다. 사실 안드로이드폰은 이제 어떤 제품을 쓰든지 거의 비슷하다. 그 차별성을 소프트웨어, 기능들로 꾸며왔던 게 지난 2~3년의 스마트폰 시장이었다.

삼성은 이번 제품 발표에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야기를 줄였다. 다시 기본인 하드웨어로 돌아갔다는 것도 있지만 소프트웨어, 그리고 플랫폼 사업에 대해 한발 물러섰다는 느낌도 든다. 기기의 기능은 결국 구글이 결정하는 시장에서 삼성이 차별점을 보일 수 있는 부분은 반도체 기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신종균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갤럭시S6를 발표했지만 자신감 속에 긴장감이 비쳤다. 제품을 봐도 곳곳에서 삼성전자가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갤럭시S6는 스마트폰 시장이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는 간접적인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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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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