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한마디. 어제 5월 19일부로 통신3사의 데이터중심 요금제 개편이 모두 끝났다. 그동안의 이동통신 30년 역사중에서 가장 획기적이라고 평가받는 이번 요금제 개편은 이동통신 역사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시작되었음을 알림은 물론, 기존체계보다 분명 이용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장 혁신적인 요금체계 개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론은 생각보다 좋지 못하다. '가장 혁신적이고 이용자에게 유리한 요금제이다' 라는 주장과 '생색내기에 불과하고 사실상 인상이나 다름없다' 고 보는 두가지 시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왜 그럴까?

 

세대별 사용패턴을 보면 답이 나온다

 


마케팅인사이트 - '남녀노소 모두 게임에 취해 스마트폰으로 우르르', 2013-07




마케팅 인사이트 - 휴대폰 사용, 음성통화는 줄고 부가기능은 늘었다 - 2012-08

 

 

조금 된 자료이지만 ( 최근자료를 찾아보려고 했더니 없다 ) 위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 사용비율은 30대까지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이다 40대부터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40대 이상은 음성통화요금에 민감하고 30대 이하는 데이터이용요금에 민감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요금제 개편을 세대별로 놓고 구분해보면 어느 세대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는 위 표만 가지고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데이터중심 요금제 개편은 데이터사용량이 많은 30대 이하 사용자에게는 사실상 인상이나 다를 바 없으며, 40대 이상에게는 ARPU의 하락 없이 민감한 음성사용량의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여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의 ARPU를 올릴 수 있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요금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세대별 ARPU - 마케팅 인사이트, 이동전화요금 월평균 3만4천원, 2008-01

 

역시 좀 최근자료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2008년 자료만으로도 50대이상의 평균 ARPU는 세대중에서 10대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 게다가 이 자료는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었고, 설문조사로 확보한 것이기에 실제 ARPU보다 높게 조사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재 음성무제한 최저요금제가 32,890원(SKT기준, 부가세포함) 이기에, 음성통화에 민감한 중장년층을 쉽게 가입시킬 수 있어 ARPU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파악하기에 충분하다.

 

 

중장년층에 유리한 정책 펴는 정부

 

잠깐 다른이야기 좀 할까 한다. 굳이 정치적 논리나 성향을 차치하더라도, 최근 정부는 중/장년층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반면, 청년층 정책개발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그 대표적으로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와 부동산 규제정책 폐기를 들 수 있다. 부동산을 빚을 내서라도 사라고 부추기는 정부정책의 효과로 최근 부동산 거래량이 2008년 이후 최대치라는 자료가 나왔고, 이중 30대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뉴스도 수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세난 지겹다, 30대 자포자기 주택구매 급증'

 

이외에도 정년연장 문제, 노후연금 문제 등 이른바 베이비 부머세대를 떠받치기 위한 정책이 쏟아지는 반면, 청년층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반값등록금문제, 청년실업문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반값등록금 실현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은 온데간데 없고, 지난 3월에는 청년실업률이 11.1%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는 사실은 이슈조차 되지도 않았고,  ([사설] 15년 7개월만에 최악이라는 청년실업률), 세대별 소득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세대별 소득격차 더 커졌다 - 20/30대 소득증가율 중장년층의 1/3에 불과)

 


▲ 출처 : SERI, ‘연령별 소비구조 변화의 특징과 시사점’(2012.9.18.)

 

통신요금 과 굳이 상관도 없는 세대별로 편향된 정부정책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만큼 현재 청년층이 정부정책에 가지는 상대적 박탈감이 중/장년층과 비교해 크다고 판단해서이다. 등록금이 비싸 인하해달라고 했더니 인하 이야기는 쏙 빠진 대신 돈 빌려서 다니라고 대출이자 내리고 생색하고, 그 결과 졸업과 동시에 수천만원의 빚을 값아야 하는 세대, 이제 취업을 하려고 했더니 정부는 정년을 연장하고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대치를 찍는다. 취업을 해도 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소득증가율은 떨어진다. 이러한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가지는 박탈감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통신요금 개편, 정부의 의지인가?

 

어제 SK텔레콤이 데이터중심 요금제를 발표한 직후, 미래창조과학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통신요금 개편은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방안중 하나라고 밝혔다. 또한, 이로 인해 연간 7000억원이 절감되며, 영업사원, 대리기사, 주부, 중장년층 등 약 300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부, SKT요금제 인가로 '데이터중심 요금제' 도입 완료

 

중요한 것은 이번에도 대다수 청년층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사실상 가장 많이 원하는 실질적 '데이터요금의 인하'는 여전히 누락되었다는 점이다. 누락된 것 뿐 아니라, 같은 조건일 경우 기본료 자체가 인상되었다. '혜택을 더 많이 주었으니 사실상 인하가 아니냐' 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가 밝힌대로 영업사원, 대리기사, 주부, 중장년 층 등 약 300만명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실질적으로 청년층이 하루종일 붙들고 있는 데이터요금은 이번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문제는, 요금 발표 직전 이통3사의 영업이익이 급증했다는 자료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통3사 3분기 영업이익 급증) 좀 더 자세히보면, ARPU는 줄고 영업이익은 급증했다. 영업이익이 급증한 이유는 마케팅이 줄었기 때문이고, 이는 단통법 효과가 맞다. 단통법이 특히 청년층에게 사실상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있다는 점을 보면, 이번 요금 개편은 단통법에 대한 비난을 줄이고, 단통법으로 인해 요금이 사실상 내려가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홍보하는데 아주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좀 다른 관점에서, 단통법을 아까와 같은 논리로 세대별로 구분하면 어느 세대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보자. 단통법 이전의 특가판매 정보 등에 가장 유리한 세대는 역시 20/30대 젊은층이다. 정보의 공유가 빠르고, 최신기기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트렌디성에도 민감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은 이러한 정보와 최신기기의 빠른 교체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필자 개인은 단통법이 이렇게 가루가 될 정도로 까일 법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 단통법이 온라인에서 가루가 될 정도로 까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30대는 온라인 정보 공유와 특가구매를 주로 하지만, 중/장년층은 오프라인 매장구매와 필요할 때 제값주고 구매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많기 때문이다.

 

 

돈은 더 적게 벌고 통신요금은 더 많이 내는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

 

필자는 이번 데이터중심 요금체계 개편의 여론이 두가지로 나뉘는것도 바로 여기서 기인한다고 판단한다. 세대의 차이에 따른 사용패턴의 차이로, 상대적으로 음성요금에 민감한 중/장년층은 대폭 환호하는 반면, 이미 데이터중심의 요금제 비중이 높은 청년층 반발은 심하다. 상대적으로 박탈감도 심한 청년층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에서 조차, 단통법과 이번 요금제 개편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에 비해 더 비싼 기기와 더 비싼 요금제를 지출하면서도 정책에서 소외되어 오고 있다는 박탈감이 추가된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했다.

 

더 웃기는 짬뽕은 정부가 그러한 최신 디바이스를 만들어내는 대기업에는 엄청난 정책적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점이고, 청년층의 그러한 최신 디바이스 선호, 다량의 데이터사용은 대기업의 배를 더욱 살찌워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3사의 영업이익을 떠받치고 있는 청년층은, 중/장년층을 위한 음성요금 파격인하에 가려 이번에도 제대로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물론, 이렇게 세대별로 보는 관점이 현재 상황을 100% 묘사하는 것이라고는 필자도 생각치 않는다.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제가 이동하는 패러다임 시프트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이고, 30대만 되더라도 음성요금 무제한은 업무로 인한 통화량 급증으로 분명히 혜택을 받는다. 필자만해도 데이터사용량보다는 음성요금에 더 민감하니 (물론 이는 펑펑남는 와이브로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와 젊은층이 가지는 상대적 박탈감과 맞물려, 여기에 단통법 크리까지 맞은 청년층에겐 이러한 시각은 너무나 당연하다. 아르바이트로 최저임금받아 한 달 일하면 받는 116만 6620원 중에서, 약 5%에 해당하는 비용이 통신요금으로 빠진다. (그것도 기기값 제외) 민감한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청년층은 데이터요금 자체의 인하를 원한다

 

시장이 커지면 가격은 내려간다. 신자유주의자가 그렇게 좋아하는 시장의 기본 법칙이다. 한달에 100개 팔리는 물건이 갑자기 1000개가 팔려 시장이 10배 커지면, 당연히 가격은 내려가기 마련이다. 가격을 내리면 1000개가 2000개가 팔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터 사용량은 급증하는데도 결국 요금제는 내리지 않는다. 대신 음성을 무제한으로 주고, 카카오톡 때문에 사실상 주로쓰지도 않는 문자를 무료화해 생색내기만 바쁘다. 단통법 이전에는 기회만 잘 잡으면 최신 기계라도 싸게 살 수 있다는 자위라도 했지만 이젠 그것도 불가능하다. 그럴거면 가격이라도 내리든가. 먹고살기도 바빠죽겠는데.

 

이번 요금체계 개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중/장년층에게는 '음성요금 무제한' 이 될 것이고 청년층에게는 '데이터요금은 그대로'로 정리할 수 있겠다. 서로 관심있는 영역이 다르니 보는 것이 다르고 판단하는 결과가 다르다. 따라서 나쁜 개편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된 개편도 아니다.

 

 

청년층은 데이터요금 자체의 인하를 원한다. 30GB 데이터를 미국은 30만원, 한국은 10만원에 쓸 수 있으니 국내요금이 저렴하다고 이야기하는데 통하질 않는다. 국내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지난 10월 2GB를 돌파했다. (연합뉴스 - 1인당 데이터사용량 2천MB 돌파) (미국은 1.2GB, 2013년 기준) 가장 많이 사용하는 1GB ~ 5GB대의 데이터요금이 실실적으로 내려가는 것을 원한다. 가장 많이 쓰는 건 건드리지도 않고 요금이 내렸다고 난리니 답답할 노릇이다.

 

물론 통신사가 청년층 엿먹일려고 요금제를 이렇게 내놨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수익성이 좋은건 그대로 두고, 돈 별로 안벌리는 것은 내려 정부정책에 호응하고 생색내기 한 것 뿐이다. 그렇지만 삶을 좌지우지하는 정부정책에서도 우선순위에 밀리고, 현재의 중/장년층보다 더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의 청년층에게, 이제는 통신요금마저 통신사의 상술과 정부의 정책에 밀려 더 많은 비용을 내라고 하는 것을 이해해달라 말하려면 좀 염치라도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Posted by 루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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